강아지 오줌 피? 혈뇨라면 전립선을 의심하세요 — 비대증·전립선염·낭종·전립선암 총정리

7~8년 전, 인천 송도의 한 동물병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원장님을 기다리며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한 보호자가 다급한 얼굴로 골든리트리버를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데스크에서 증상을 설명하는데, 옆에서 듣던 저도 흠칫할 정도였어요. 오줌에 눈에 확 띌 만큼 피가 섞여 나온다는 겁니다. 그것도 며칠째라면서요.

오줌에 피가 섞여 나와 힘없이 엎드려 있는 골든리트리버

보호자는 처음엔 “엉덩이 어딘가 다쳐서 피가 나나 보다” 하고 넘어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항문 주변은 멀쩡한데 피는 계속 나왔고, 그제서야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고 달려온 거였어요.

잠시 후 나오신 원장님은 강아지를 보시더니 의외의 질문부터 던졌습니다. “얘 몇 살이에요? 수컷이에요, 암컷이에요?” 그리고 이어진 결정적인 한마디.

“중성화는 했어요?”

그러고는 진료실로 데리고 들어가셨습니다. 나중에 보호자가 계산하는 동안 리트리버 뒤쪽을 봤는데, 뒷다리와 엉덩이 털에 제법 많은 피가 엉겨 붙어 있었어요. 한눈에 봐도 가벼운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여쭤보니 진단명은 전립선염이었습니다. 꽤 심한 상태라 검사를 하고 센 주사(항생제였겠죠) 한 대를 맞혔다고 하셨어요.

그때 못 여쭤본 게 하나 있었습니다. 원장님은 왜 하필 ‘중성화 여부’부터 물으셨을까? 이 글은 그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강아지 전립선, 대체 어떤 기관일까

소변을 보는 수컷 강아지, 전립선은 방광 아래 요도를 감싸고 있다

전립선은 수컷에게만 있는 생식 기관으로, 방광 바로 아래에서 요도를 도넛처럼 감싸고 있습니다. 정액의 일부를 만들어 정자를 돕는 역할을 해요.

핵심은 위치입니다.
요도를 감싸고 있어서, 전립선이 붓거나 커지거나 염증이 생기면 곧바로 소변길을 자극·압박해 혈뇨(피오줌)와 배뇨곤란이 나타납니다.
그 골든리트리버가 눈에 보일 만큼 피를 쏟은 것도 이 때문이죠.

또 하나 중요한 건, 강아지 전립선 질환 대부분이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이게 원장님이 중성화 여부부터 물으신 이유의 열쇠예요. 전립선 문제는 크게 네 가지, 흔하고 순한 것부터 드물지만 위험한 것 순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전립선비대증(BPH) — 가장 흔한 전립선 문제

중성화 안 한 나이 든 수컷에게 가장 흔한 문제가 양성 전립선비대증(BPH)입니다.
사람 중년 남성의 그 비대증과 같은 개념이에요.

편안히 엎드려 쉬고 있는 노령 수컷 강아지, 전립선비대증은 나이 든 수컷에게 흔하다

실제로 강아지 전립선 질환 중 가장 흔한 것이 이 비대증(전체의 약 46~55%)이고, 그다음이 전립선염입니다.
얼마나 흔하냐면, 6세 이상 수컷의 약 80%, 9세 이상은 약 95%가 BPH를 가진 것으로 보고됩니다. 사실상 중성화 안 한 노령 수컷 대부분이 겪는 셈이죠.

원인은 남성호르몬입니다.
고환에서 나온 남성호르몬이 전립선을 계속 자극하면 전립선이 서서히 부풀어 오릅니다.
마치 풍선을 계속 불면 표면이 얇고 약해지는 것처럼요. 이렇게 커진 전립선은 피가 잔뜩 몰려 있고 조직도 약해져서, 작은 자극에도 쉽게 피가 납니다. 그 피가 소변이나 정액에 섞여 나오는 거예요.

혈뇨, 혈정액, 고추집(포피)의 핏빛 분비물이 첫 신호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이 있으면 배뇨·배변 곤란(커진 전립선이 요도·대장을 눌러서)이나 어색한 걸음걸이도 나타납니다.

다행히 생명을 위협하는 병은 아니고, 중성화 한 번이면 대부분 해결됩니다.
호르몬이 원인이라 고환을 제거하면 전립선이 다시 쪼그라들거든요. “심각도는 낮지만 흔하고, 해결책은 명확한” 병입니다.


2. 전립선염 — 그 골든리트리버가 걸렸던 병

동물병원에서 항생제 주사를 맞는 강아지, 전립선염은 항생제 치료가 핵심이다

앞서 말씀드린 골든리트리버가 진단받은 병이 전립선염, 전립선에 세균이 감염돼 염증이 생긴 질환입니다.

급성일 때 증상이 뚜렷합니다.
소변검사에서 혈뇨, 농뇨, 세균뇨가 확인되고, 배뇨 시 통증·발열·기력 저하, 심하면 걷기 힘든 통증까지 옵니다.
그 리트리버가 며칠 만에 털에 피가 엉길 만큼 나빴던 것도 급성 전립선염의 전형이에요.

치료의 핵심은 항생제입니다.
전립선은 약물이 잘 침투하지 않아 충분히 오래 써야 합니다.(원장님의 “센 주사”도 이 맥락이죠).
재발 방지를 위해 중성화를 함께 권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만성 전립선염 상당수는 중성화만으로도 해결됩니다.


3. 전립선 낭종·농양 — 방치하면 위험한 물혹과 고름주머니

전립선 안팎에 물혹(낭종)이나 고름주머니(농양)가 생기기도 합니다. 앞의 둘보다 좀 더 진지하게 봐야 합니다.

낭종은 커지면서 주변을 눌러 혈뇨·배뇨곤란을 일으킵니다.
문제는 농양입니다. 고름이 찬 농양이 터지면 복막염으로 번져 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요. 그래서 발견 시 항생제·배농·수술·중성화 등으로 적극 치료해야 하는 중등도 이상의 질환입니다.

참고로 낭종·농양도 혈뇨가 함께 나타날 수 있지만, 혈뇨보다는 배뇨곤란·복부팽만·발열 같은 신호가 더 두드러지는 편입니다.


4. 전립선암 — 드물지만 가장 무서운 놈

동물병원에서 처치를 받는 강아지, 전립선암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예후를 좌우한다

마지막은 전립선암입니다.
강아지에서는 발생률이 약 0.35%로 매우 드물지만, 일단 걸리면 공격적이고 예후가 나쁜 가장 경계해야 할 병입니다.

진단 시 평균 나이는 8.5~11.2세, 중대형견에서 더 흔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진단 시점에 이미 최대 80%가 전이돼 있다는 점이에요.

증상은 혈뇨·배뇨곤란·체중 감소·뒷다리 힘 빠짐 등으로 다른 질환과 구별이 어려워, 확진에는 세포·조직검사가 필요합니다.
특히 방광 바로 옆이라 방광 종양과의 감별이 중요한데, 이 부분은 강아지 방광암, 혈뇨의 원인과 치료 글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5. 네 가지 전립선 질환, 한눈에 비교

질환잘 걸리는 개위험도혈뇨 양상주요 치료
비대증(BPH)중성화 안 한 노령 수컷 (6세 80%, 9세 95%)낮음혈뇨·혈정액, 핏빛 분비물중성화
전립선염중성화 안 한 수컷중간눈에 띄는 혈뇨, 통증 동반항생제 + 중성화
낭종·농양중성화 안 한 수컷중간~높음혈뇨 가능, 배뇨곤란·복부팽만 위주배농·수술 + 중성화
전립선암노령 수컷 (중성화 무관, 0.35%)높음혈뇨, 체중감소 동반정밀검사·항암 등

패턴이 보이시나요? 
비대증·전립선염·낭종·농양은 모두 “중성화 안 한 수컷”에서 잘 걸리고 치료에도 중성화가 등장합니다.
반면 전립선암만 중성화 여부와 무관하죠. 원장님이 “중성화 했어요?”부터 물으신 이유가 이 표 안에 있습니다.


6. 사람과 강아지의 전립선 질환, 무엇이 다를까

공통점 — 비대증은 둘 다 흔하다. 
사람이든 강아지든, 중성화하지 않고 나이 들면 남성호르몬 영향으로 비대증이 옵니다.

사람도 전립선비대증·전립선염에서 혈뇨나 혈정액이 나올 수 있어요.
즉 비뇨기 질환에서 혈뇨가 흔하다는 점은 사람과 강아지가 같습니다.

수의사가 강아지의 복부를 촉진하며 진찰하는 모습, 강아지 전립선 질환은 사람과 진단·경과가 다르다

차이점 — 전립선암의 성격이 정반대다. 
사람 전립선암은 발생률이 높지만(부검 기준 약 30%) 진행이 느려 “예후 좋은 암”으로 꼽힙니다.
반면 강아지 전립선암은 0.35%로 드물지만 공격적이고 예후가 나쁩니다.

그런데 전립선암은 좀 특이합니다.
비대증·전립선염과 달리, 전립선암은 중성화 여부와 크게 상관없이 생기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중성화한 강아지에서 더 잘 생긴다는 연구도 있고, 중성화 여부와 관계없이 비슷하게 생긴다는 연구도 있어서, 아직 학계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보호자가 기억할 건 딱 하나입니다. 
“중성화를 했으니 전립선 걱정은 끝”이라고 안심하면 안 된다는 것.
비대증·전립선염·낭종은 중성화로 대부분 막을 수 있지만, 전립선암만큼은 중성화한 개라도 노령기에 혈뇨 같은 신호가 보이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사람질환에 대한 상식(전립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위험도가 덜하다)을 강아지에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참고로 이런 성별·호르몬성 혈뇨 원인은 암컷에도 있습니다.
중성화 안 한 암컷의 대표적 위험이 중성화 안 한 암컷 강아지의 시한폭탄, 자궁축농증인데, 수컷의 전립선 질환과 짝을 이루는 이야기입니다.


7. 언제 병원에 가야 하나, 그리고 중성화의 예방 효과

건강하게 서 있는 골든리트리버, 수컷 강아지의 전립선 건강은 조기 발견과 관리로 지킬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신호는 혈뇨입니다.
오줌에 피가 비치거나 붉은·분홍빛이거나 배뇨 후 핏방울이 떨어지면 지체 말고 병원에 가야 합니다. 그 보호자처럼 “엉덩이를 다쳤나” 하고 며칠 넘기면 상태가 나빠질 수 있어요.

이 외에 오줌·변을 힘들어하거나, 뒷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식욕·기력이 떨어져도 전립선 문제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혈뇨의 가장 흔한 원인은 방광염이니, 강아지 방광염, 혈뇨가 보이면 글과 함께 보시면 감별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예방. 이 글을 관통하는 한 단어는 중성화입니다.
비대증·전립선염·낭종·농양이 모두 남성호르몬과 얽혀 있어, 적절한 시기의 중성화가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춥니다.

원장님이 강아지를 보자마자 중성화 여부부터 물으신 것도, 이 정보가 진단 방향을 절반은 잡아주기 때문이었어요. 물론 중성화는 장단점을 함께 고려할 문제이니 수의사와 상의해 결정하시길 권합니다.


마무리 — 다시, 그 골든리트리버

야외에서 건강하게 뛰노는 골든리트리버, 조기 발견과 관리로 수컷 강아지의 전립선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그날 그 리트리버가 어떻게 됐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보호자가 빠르게 이상함을 알아채고 달려왔고, 원장님 또한 서둘러 전립선염을 짚어 치료를 시작했으니 잘 치료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핵심은 한 문장입니다. 
수컷 강아지 오줌에 피가 보이면, 항문이나 방광만이 아니라 전립선도 함께 의심하세요. 

대부분은 중성화 안 한 수컷에게 오고 상당수는 중성화로 예방됩니다. 딱 하나 전립선암만은 예외라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오줌 색깔 한 번씩 살펴봐 주세요. 피오줌은 몸이 보내는 가장 정직한 신호니까요.

👉수컷의 다른 혈뇨 원인이 궁금하다면 강아지 혈뇨, 이런 원인도 편을 함께 보세요.
👉 수컷·암컷 가리지 않고 강아지 혈뇨의 모든 원인을 정리한 글을 함께 보시면 감별에 도움이 됩니다.


참고 자료 (References)

[1] MSD 수의 매뉴얼 – 소동물 전립선 질환 (Merck Veterinary Manual) : 강아지 전립선비대증·전립선염의 원인·증상·치료를 정리한 국제 표준 수의학 자료 https://www.merckvetmanual.com/reproductive-system/prostatic-diseases-in-small-animals/benign-prostatic-hyperplasia-in-dogs

[2] Ruetten H. et al. (2021), 강아지 양성 전립선비대증 후향적 연구, PMC : 6세 이상 80%, 9세 이상 95% BPH 유병률 수치의 출처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8782267/

[3] Schrank M. & Romagnoli S. (2020), 중성화 여부에 따른 강아지 전립선 종양, Animals, PMC : 전립선암 발생률(0.35%)·전이율·중성화 논쟁을 다룬 리뷰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7022700/

[4] Bryan J.N. et al. (2007), 강아지 전립선암 위험 요인으로서의 중성화 상태, The Prostate : 중성화견에서 전립선암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난 대표 연구 https://pubmed.ncbi.nlm.nih.gov/17516571/

[5] Palmieri C. et al. (2022), 개·고양이 전립선 병리 리뷰, PMC : 전립선 질환별 발생 빈도(비대증 46~55%, 전립선염 등)와 전립선암·중성화 관계를 정리한 종합 리뷰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9201985/

사진 출처(Image Credit): 본 포스팅의 이미지는 Pixabay 및 Unsplash,Pexels의 무료 이미지를 사용하였습니다.

  • 작성자 정보: 다국적회사 제약 영업 14년 + 동물의약품 유통 총괄 10년 경력자(전 사노피, 에스틴 근무)가 전하는 더 많은 이야기는 아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작성자 소개글입니다
  • 펫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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